목소리들

2014년과 2020년 이루어진 언니들의 구술 인터뷰 자료와 2021년 활동가 및 완월동 인근 주민들의 구술 자료를 분류 및 분석하여 다양한 위치에 있는 주체들이 인식하는 완월동 공간을 그려보는 작업이다. 완월동의 내부와 외부, 일상화된 착취 구조, 공간과 사람들, 시간과 역사적 의미를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목소리들

2014년과 2020년 이루어진 언니들의 구술 인터뷰 자료와 2021년 활동가 및 완월동 인근 주민들의 구술 자료를 분류 및 분석하여 다양한 위치에 있는 주체들이 인식하는 완월동 공간을 그려보는 작업이다. 완월동의 내부와 외부, 일상화된 착취 구조, 공간과 사람들, 시간과 역사적 의미를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내가 이 동네 왔다 갔다 하고 살았는데. 한 번씩 보면은 공원이 공원이 아니라. 나무도 좀 있고, 가족센터도 생기고 하니까, 그래도 여기가 살 만한 동네는 동네인가 보다. 앞으로 이게 개발이 돼도 저런 공원은 살릴 것이다, 왜 그러냐면 이 아파트에 살다 보면 답답하잖아. 그래서 나는 문을 크게 하고, 앞에 꽃도 좀 내놓고, 그런 여유를 조금 가지는데 공원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점이거든. 응. 공원이 살릴 것이다, 싶기도 하고.

저 동네가 참 크잖아요. 진짜 크잖아요. .. 입구에는 청소년 금지구역 돼 있는데, 업소 옆에 바로 사람이 사는 집이 있잖아요? 그럼 집에 가야 되는 애들은 청소년 금지구역인데 어쩌라고요? 태권도 차도 지나고 막 이러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저 공간이 참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공간이죠. 그리고 그런 거 있죠? 우리가 아웃리치 나가면 아이러니하다는 게. 저 공간 자체가 보면 업소가 있으면 여기 업소에 언니들도 있고, 나까이도 있고, 그다음에 삼촌들 막 이런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현장 활동가들이 또 들어가잖아요.  경찰이 단속하러 나오잖아요.  성구매자들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그러니까 이 상황도 너무 아이러니한 거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돼서 한 번씩 친한 친구들 따라서 왔을 때 여기를 처음 본 거죠. 거리에는 일단 언니들은 어디를 가신다든지, 삼삼오오 모여가지고 줄 서 있는 것도 본 것 같고. 아마 그때 당시에 제 생각에 보건소 검사 때문인지 그건 모르겠어요. 길에 사람들도 언니들도 많았고, 그때 친구들이 이모 안녕하세요, 그럼 옆에 있으면서 우리도 안녕하세요. 진짜 이모인 줄 아는 거죠. (...)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그냥 인사하고 그렇게 하다가 친구 집에서 놀다가 조금 어두운 밤이 됐을 때 걸어 내려오면 그때는 이제 분홍색이든 빨간색이든 불이 켜지는 거죠. 영업이 시작이 될 무렵에 저희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느낌. (...) 초등학교 때 아무 생각 없이 같이 놀았던 친구들이 알고 보면은 그런 배경을 집안 배경을 갖고 있었던 거죠. 누구나 다 어린 시절 기억들은 다 아무것도 모를 때 충만하게 다 즐겁고 그런 거고.

그때만 해도  아랫관부터 중간관 윗관까지 전부 불이 다 켜져 있고.  언니들이 있는 미스방. 거기에도 언니들 한 열 몇 명씩 하얀 드레스를 입고 앉아 있었으니까. 그때 갔을 때 되게 놀랐죠. 하얀 드레스 입고 정말 바비 인형처럼 있잖아요. 막 화장하고 탁 앉아 있는데.. 내가 또 놀랐던 건 뭐냐면 표정이 하나도 없다는 게 더 놀랐죠. 딱 무표정한 그대로 앉아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충격이었지. 그리고 왜 그런 거 있잖아. 우리 그 식육점에 빨간 불빛이.. 분홍색 불빛이 쫙 비춰가지고 언니들의 몸을 더 극대화시키고, 더 상품화시키고 막 이런 것들 있잖아요? 그때 되게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약간 자괴감. 저게 뭘까 하는 그런..  하여튼 분노 막 이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번씩 늦게 버스를 타고 가면 그 안쪽 골목으로 막 불빛 같은 게 보이잖아요. 아 저런 곳이 있네. 나는 항상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거기에 학교가 있지 않나. 보면 초등학교. 학교하고 이 그 공간하고 너무 또 이게 매칭이 안 돼서, 그렇게 하면서 또 살아가고 있구나. 삶의 한 공간이구나. 이 생각은 얼핏얼핏 그냥 했던 것 같고. 

완월동은 다른 지역의 집결지에 비해서 도로가  컸고 뭔가  편리하게 잘 되었던 되게 깨끗한 동네 그니까 도로라든가 인도. 사람들이 다니고 차가 다니는 그런 거리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동네의 모습이 아니었고  정말 상업화된 그런 모습이 되게 인상깊었어요.

부산의 조폭이 유명하잖아 그래서 귀로 들었던 조폭보다도. 처음 갔을 때. 살림에 갔을 때. 그 조폭들의 그 엄청난 그 활약상을 들어보니까는 타 지역하고는 좀 다르구나. 우리 보는 앞에서 괜히 막 쇼 했잖아. 뭐 불쇼 같은 걸. 했잖아요. 몇 사람이 병 깨가지고 지한테 표현도 하고. 죽겠다고 하고 쑈 같은 걸 했어요. 근데 그때 경찰들이 이렇게 힘이 없나. 우리보다도 더 무서워하는 것 같고. 말로만 듣던 조폭들이 이렇구나. 부산 조폭은 칠성파부터 어마어마하잖아요. 외국 원정까지 가는 그런 조폭들의 세계가 막 여담으로 들리는데. 아, 부산에서 뛰면 바로 일본이구나. 야쿠자. 마약 밀거래하는 러시아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국내가 아니라 국제적 스케일을 갖고 있구나. 그러면서 그 조폭의 여담이 저는 되게 인상적이었고. 부산이 섬과 육지에 연결. 마지막 연결고리 같았어요.

그때 이제 여기의 풍경이, 여자들이, 그러니까 잠옷이지. 잠옷 바람에 다 벗은 비슷한 거지. 바깥에 나와서 의자에 앉아가지고 담배를 피우고. 뭐 세상에 이런 세계가 다 있었나. 그랬거든요.

...소개소 말을 듣고 갔는데, 거기 올라가다보면 19세 미만 청소년 출입 금지입니다 적혀 있었어요. 옛날에 창녀라는 영화를 봤었거든요. 그 영화랑 흡사한거예요. 그래서 솔직히 여기서 일 할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또 언니도 있고, 그러니까는, 제가 거기서 막내였거든요, 그러니까 언니들도 잘 챙겨주고 그래서 적응하기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아니 그때는 솔직히  내가 그런 걸 느낄 만한  상황이 아니었거든. 그때 친구하고 잘못돼갖고. 내가 이 동네에 올 때 그 당시에는 그럴 법한 그런 거 있잖아요. 응 팔려 오고 팔려가고. 맞아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그럴 생각할 겨를이 하나도 없었어. 그때는. 

처음 왔을 때. 골목골목 빨간 불이. 있으면서 그때 승용차를. 소개소 차를 타고 왔는데 무섭기도 하고. 처음 이런데 접하니까. 가게 앞에서. 처음 사람들 오면.  골목에 빨간불 켜져있고 아가씨들이 준비하고 그런 거.

규모는 이제 소름 돋을라 그러는데, 사실 부산 완월동은 있잖아. 그냥 느낌이 빌딩 숲이야. 너무 너무 놀라운데 (…) 만약에 여기가 산이 아니었고 평지였으면 어떤 공적인 개입이 좀 빨랐을 수도 있지. 근데 지금 이제 사실은 그 빈민촌이라 할 수 있는 그 산 언덕 쪽이 어떻게 보면 완월동을 조금 감싸고 지켜준다고 그러나. 그게 높은 건물이 업소가 한두 개가 아니고 계속 연결되는 이게 있잖아. 너무 그 두려움이 큰 것 같아.  

저는 다 집결지가 완월동 같은 줄 알았는데, 되게 놀랬어요. 서울에 있는 집결지들의 영세함에. 굉장히 건물들이 보통 단층건물이거나 높아야 2층? 그러고 물론 지하를 막 파긴 하지만, 되게 허름하고 판자집같은 그런 구조잖아요. 그런데 굉장히 으리으리하잖아요. 특히 완월동은 저는 몇 건물은 안에 엘리베이터 있었던 기억도 나거든요. 막 5층 이러니까.  업소의 규모도 엄청나고. 근데 그게 왜 그렇게 컸을까, 그냥 지역 정부가 그냥 키웠구나. 저렇게 증축을 하고, 다 불법 증축 한 거잖아요. 불법적인 건물이 그렇게 으리으리하고 매년 소방점검도 하는데 그걸 그렇게 짓도록 아무런 개입도 안 했다는 건 너무나 그런 심각성을 더 보여주는 거죠.

완월동은 빌딩숲이죠. 다른 집결지하고 다른 점은 건물이 너무 크다는 점(중략)그러니까 성매매 업소로써 빌딩을 짓게끔 내버려뒀다(공공기관에서), 오히려 장려했다 이런 생각이 들게 만드는 그런 부분이 있죠.

.....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는 공간이더라고요. 그래서 시민들이 잘 모를 수도 있는 공간. 안으로 들어가 보니까 그 규모가 너무 커서 또 놀랬고.  완전 건물이 막 올라가 있는 굉장히 그 아주 대규모의 집결지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은 좀 많이 놀랐어요.(중략) 굉장히 산업화된 공간이면서 되게 폐쇄적인 공간. 

상식이 없는 공간 같아요. 제가 아까 얘기했지만 뭐 유리방에서 애가 놀고 있고 그런 것도 그렇고,...(중략)가령 예를 들어서 여성이 생리를 하는데 생리휴가를 쓸 수가 없어요. 생리하는데 나 일 쉬겠다라는 말을 할 수가 없는, 보통 직장하고 다르잖아요.  그런 말을 하는 게 되게 미친년 취급을 당할 수 있는. 너는 뭐 보지에 금테 둘렀냐 그런 말을 하니까. 그래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공간이고.

대명동 화재사건이 터지면서 관심이 시작됐고, 거의 비슷하게 완월동에서 사건이 터지면서 이것도 어쨌든 같은 여성의 문제로서 아마 대응해야 된다고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관련된 여성 단체들이 같이 모여가지고 대책위를 꾸리게 됐거든요. 근데 그 대책위는..... 부산에 있는 모든 시민단체들을 거의 다 망라해서.

완월동에는 인권이 없다. 특히 여성 인권. 물론 다른 곳에도 그렇게 있지는 않지만 여기는 완벽하게 인권이 없다.

저 완월동에 있는 게. 어쨌든 사람을 상품으로  파는, 그런 공간이 있다는 거.. 누가 누가 그런 가게라고 해서 그런 게 싫고요.  저희 완월동처럼 저렇게 미스방이 있고 그 속에 언니들이 있고 이런 것들은 잘 없잖아요.  특이하게 거의 남자들만 드나드는 곳이라는 것. 여자들이 갔을 때 그런 약간 폭언.... 그 다음에 못 들어오게 하는 뭔가의 시선들.   업소에서 몇 년을 살아낸 언니들이 있다는 거?  그리고, 성을 구매하러 오는 남자들이 있다는 것.

60년대, 70년대에는 완월동안에 냉장고도 있었고 TV도 있었고. 70년대 에어컨도 있었고, 침대 같은 거 다 있었죠. 근데 보통 완월동이 아닌 곳에는 그때는 없었죠, 70년대는 특히 일본인들이 한국에 오면 관광 코스였잖아요, 여기가. 그러니까 어쨌든 외화벌이 수단으로서 완월동을 최대한 드러내야 했기 때문에, 외국 사람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면.. 그때 다 들어왔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