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들

2014년과 2020년 이루어진 언니들의 구술 인터뷰 자료와 2021년 활동가 및 완월동 인근 주민들의 구술 자료를 분류 및 분석하여 다양한 위치에 있는 주체들이 인식하는 완월동 공간을 그려보는 작업이다. 완월동의 내부와 외부, 일상화된 착취 구조, 공간과 사람들, 시간과 역사적 의미를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목소리들

2014년과 2020년 이루어진 언니들의 구술 인터뷰 자료와 2021년 활동가 및 완월동 인근 주민들의 구술 자료를 분류 및 분석하여 다양한 위치에 있는 주체들이 인식하는 완월동 공간을 그려보는 작업이다. 완월동의 내부와 외부, 일상화된 착취 구조, 공간과 사람들, 시간과 역사적 의미를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나는 벌금, 주사 이모, 미용실 뭐 이런 것들이 다 기억에 남아요. 이런 부분들이 기억에 남는 이유 중에 하나가  여기 언니들이 사실은 이런 일상적인 옷, 화장 이런 부분에서 굉장히 착취를 많이 당했잖아요. 언니들이  외부 상황도 잘 모르잖아요. 그래가지고 안에 그 벌금이나 그런 것도 너무 터무니없이 매겨지고. 또 화장이나 달 머리 뭐 이런 것도 너무 터무니없는 가격이고. 그래서 이게 그 안에 있으면서 뭔가 다 차단된, 완전 고립된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실 바깥의 상황을 잘 모르고. 버는 돈이 돈으로 남지 않는 문제가 결국은 일상적인 착취가 일어나서.....

비단 완월동뿐만이 아니고 전국의 오래된 집결지 같은 경우에는 다 점집들이 주변에 많아요. 그 점집을 통해서 언니가 돈을 못 버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다 온갖 핑계를 다 대겠죠. 그래서 언니가 돈을 빨리 벌고 빚을 갚기 위해서는 굿을 해야 된다. 굿 비용이 막 천만원 2천만원 이렇게 한단 말이에요. 그런 돈이 실제로는 마치 언니를 위해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은 결국엔 그게 다 빚으로 올라가게 되는 거죠.

그때는 약국이 저 위에 한 군데 있었고  밑으로는 안 오고 약국도 심부름 시키지. 뭐 사달라 뭐 사달라. 그 약국에서 뭐 사달라 하는 것도 외출 안되고 할때는 현관언니한테 무슨 약 사주세요 속이 안 좋아요 하고 소화제 사주세요 하고, 아니면 그때는 그것도 팔았잖아 마이신 같은거. 항생제 약국에 다 팔았잖아. 항생제 필요하면 항생제 사달라하고. 주사 아저씨, 주사아줌마 있으니까 아프면 한 대 맞고..

거기는 저희들 여성단체에 많이 적대적이었던 생각이 나요. 거기 주립의원, 보건소랑. 저희가 정부 지원받아 운영하는 곳인데 들어갈 수 있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그들은 포주들과는 굉장히 긴밀히 협조를 하잖아요 사실 어느 요일에 진료를 받고, 그날은 포주들이 이제 나갈 수 있도록 허용을 해줘야 하니까 서로 이제 그런 부분을 소통하고 조율한다는 얘기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안에 못 들어오게 한다거나. 제대로 진료를 할 수 없다, 당신들이 들어오면,.....

검진날이 있어. 일주일에 한 번씩 검진을 하는데. (...) 이 아가씨들이 만성화되어서 자궁 염증이 많아. 염증, 배 아프거나 성병, 이런 약들. 고단위 항생제를 써야 되는 거야. 써도 그것은 낫는 케이스가 아니고 그냥 임시방편이지. 가까우니깐 동네 병원에서 검진을 보지......

.... 가서 만나보면 어떤 의사는 그 당시에 여성들이 얼마나 진짜 그냥 인신매매고 감금 상태에서 있었다는 거를 자기 눈에 다 보이는 거지. 그래서 자기가 이제 뒷문 열어서 도망가라고 해 준 여성도 있는데 그 뒤에 진짜로 도망갈 수 있었는지 어쨌는지 잘 모르겠다. 이제 그것까지는 책임질 수 없었던 거지. 그 힘이 있는 사람들조차도 그냥 그걸 통해서 먹고 살아야 되기 때문에 그 업주들하고 각을 세운다는 건 생각도 못하는 거죠.

근데 거기 안에 있는 병원에서는 무조건 일을 해야 한 대요. 상관없대요. 주인엄마가 그 병원이 잘 본다고 그 병원만 가게 했어요. 너무 아파서 다른 병원에 갔는데 뭐라고 하는 거예요. 절대로 일하지 말라고. 그래서 거의 한 달 정도 쉬었어요.

내가 볼 땐 완월동 한가운데 있었던 미용실인 거 같아요. 파리 날리는 미용실에 원장 하나가 딱 앉아가지고 신문보고 있었나 그랬는데 제가 딱 갔죠. 그래가지고 물품, 언니들 혹시 오면 전달해 달라고 했는데 처음에는 이제 만다꼬 오냐 약간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하다가 “다 그 사람들 업보다”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여자들이 그렇게 사는 건 다 팔자고 업보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도와줄 생각하지 말고 그걸 갚기 위해서 이 생을 사는 거다 약간 이런 식으로 그 원장이 얘기를 했던 기억이 나요.

........ 달 머리 하는데. 십 한 2, 3만 원 한 것 같아요. 아깝다고. 내가 한 3, 4개월 댕겼나 통 털어서 다 하면 한 5~6개월은 된 것 같고. 그러고 나서 내가 하고 이제 머리 해야 될 때만, 꼭 해야 될 때만. 한 번씩 가서 하고 잘 가지를 않았어.

다른 집결지들은 막 빨갛고 그런색인데 완월동은 좀 테크노틱한 그 색이 항상.. 아마 그게 예전에는 미스방이 드레스를 이렇게 쫙 펴가지고 앉아 계셨어요. 근데 그 드레스를 돋보이게 하는 색이었어요. 왜 우리 나이트 가면 흰색만 튀는 그런 색깔 있잖아요. 약간 그런 식으로 여성들이 흰색의 드레스를 거의 드레스를 입고 계시니까 약간 형광등 같은 흰색인데 형광빛 도는 그렇게 해서 여성을 죽이고 몸만 그냥 부각시키는 거예요.

그 유리벽 안을 붉은 등으로 해 놓은 것이 참 보기 싫었고, 그리고 언니들 표정 없는 무표정의, 화를 낸다거나 아니면 미소라도 짓는 것 같으면 덜 가슴이 아플 건데, 표정이 없는 무표정이 굉장히 나를 충격에 빠뜨리고....

유리방에 앉아서 언니랑 상담하는데 손님이 나 초이스하고 그래서 나까이가 얘 아니라고 아니라고.

앉아 갖고 밖을 볼 때? 유리로 나를 비췄을 때 내가 참 한심해보인다. 한 번씩 그런 생각도 했어요. 내가 왜 이렇게 하고 살지? 그런 생각이 참 많이 들긴 들었어요. (유리니까, 비추어지니까.) 내 모습이 보이고.

나까이들이  차 잡는 소리. 여기도 좀 보고 가라고(호객행위소리)

소리 해봐야 뭐 막 악쓰는 소리. 소리 지르고 막 고성방가 하는 소리. 소리 지르고 스톱스톱 하는 소리. 나까이가 스톱스톱 이리와봐요 이리와봐요 소리는 그런정도.  

사실은 ‘아우성’ 같아요. 언니들의 그런 ‘들리지 않는 아우성’이 있고, 그리고 업주들과 나까이와 그 업소 관계자들이 끊임없이 자기들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서 우리 활동가들한테 퍼부었던 그 욕설들, 그런 ‘욕이 뒤섞인 아우성’들

그냥 어두움과 정적.. 그냥 막 소리를 내고 있는데 영혼이 없는 소리...

적막, 엄청난 적막감 같은 게 있죠. 진짜 낮의 완월동을 걸어갔을 때 지금은 좀 분위기가 달라요. 옛날에는 정말 유령도시 같았어요.  소리 없음, 침묵, 적막 이런 것들이 완월동에서 느껴지는 부분들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