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들

2014년과 2020년 이루어진 언니들의 구술 인터뷰 자료와 2021년 활동가 및 완월동 인근 주민들의 구술 자료를 분류 및 분석하여 다양한 위치에 있는 주체들이 인식하는 완월동 공간을 그려보는 작업이다. 완월동의 내부와 외부, 일상화된 착취 구조, 공간과 사람들, 시간과 역사적 의미를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목소리들

2014년과 2020년 이루어진 언니들의 구술 인터뷰 자료와 2021년 활동가 및 완월동 인근 주민들의 구술 자료를 분류 및 분석하여 다양한 위치에 있는 주체들이 인식하는 완월동 공간을 그려보는 작업이다. 완월동의 내부와 외부, 일상화된 착취 구조, 공간과 사람들, 시간과 역사적 의미를 사람들의 목소리를 통해 면밀하게 살펴보고자 한다.


회색. (회색, 왜요?) 안 분명하니까. 어떤 그 삶이나 정체나 이런 데 대해서 우리가 관심도 안 갖고 있고.  나하고 상관없고. 어떤 그러니까 회색지대 그죠. 흰색도 아니고 검은색도 아니고 그냥 묻혀 있는.

옛날에는  빨간색 , 지금은 검정색으로 생각하게 되지.  완전 암흑도시 같은 거. 지금 골목이 너무 그러니까.

색은 짙은 회색, 보일 듯 말 듯. 손을 잡아보면 손은 있는데 잘 보이지 않는 그런 짙은 안개 같은 짙은 회색이 표현 되겠고.

좀 약간 나는 붉은색이 떠오르더라고. 그래서 내가 붉은색이 왜 떠오를까 이렇게 생각을 해보니 거기가 아마도 굉장히 여성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공간이고. 피, 불 뭐 이런 느낌이 강한 거 같아요. 화재도 많이 났고. 사실은 전국의 성매매 집결지가 화재사건에 굉장히 취약,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잖아요. 건물 자체가. 빠져나오지 못해서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이 사람들이 인권침해의 아주 현장이기도 하고. 하여튼 붉은색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갑자기 슬프더라. 그 붉은색이 사실은 참 예쁜 색인데 아프게 생각이 되더라고요. 하여튼 그렇더라.

뭐랄까 회색. 아주 까맣지도 않지만은. 그러니까 잿빛. 아주 어둡지도 않지만은 아주 환하지도 않은 색깔.

부산에 가면 늘 바다 냄새가 나요. 근데 완월동에 딱 갔을 때 그 바람과 바다 냄새와 니코틴 찌든 냄새 있잖아. 니코틴 찌들린 냄새. 담배 찌들은 냄새. 나는 완월동 냄새가 그랬어요.  담배랑 생선 냄새가 섞인 거야. (중략)그 담배. 네가  미스방 안에도 들어가고 이러면 그 오래된 담배 냄새가 벽에 있는데. 높은 습도와 니코틴 냄새와 생선 비린내가 같이 결합된 그 독창적인 냄새가 있어요.

좀 충격 받았던 거는 낮에는... 낮에도 저희가 막 돌아다녔으니까 근데, 낮에는 보통  쉬고 영업준비하는 시간이잖아요. 여성들은 주무시고 계시고, 뭐 낮 영업 하는 가게들도 일부 있지만, 근데 그 유리방이라고 여성들 전시하는 그 빨간 불 켜놓은 그 공간이 낮에는 그냥 불, 조명 없고 그냥 그렇게 마루처럼 있잖아요. 근데 거기를 대여섯살 되는 여자아이가 놀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뭐 포주의 애거나, 이모의 애거나, 그 동네 뭐 상인의 애거나 뭐 포주의 애일 가능성이 크죠. 손녀거나. 그래서 거기서 놀고 있는 걸 보고 참 말이 안 되는 장면이다, .....어린 여자애가 여기서 이렇게 놀고 있고 또 이 아이가 이걸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성장할까, 그런 걸 생각하면서 암담했던 생각이 나요.

낮은 고요하니 조용하지. (그러면 밤은 어떤 거 같아요?) 전쟁터.

밤에는 생기가 막 넘치고, 낮에는 .... 황망한....아, 그냥, 마, 쓰레기 같은 곳. 낮에는 사람을 보면 전부 다 좀비들 같아요. 얼굴이 노랗다 못해 누렇고, 머리도 막 그렇고, 그리고 나는 거의 모자를 안 쓰는데 딱 표시가 나요. 전부 아가씨들 챙모를 많이 쓰더라고. 햇빛보기도 좀 그렇고, 혹시 누가 날 알아볼까봐 그렇기도 하겠죠. 옷도 물론 그 동네 안에만 제한되었겠지만은 잠옷인지, 외출복인지 분간이 안가는 옷을 입고 좀비 같더라고요. 걷는 것도 힘없이......

그 첫 인상이 어떤 거냐 하면 여기에 이제 일단 윗관 중간관 아랫관이 있으면. 난 여기서 먼저 들어갔거든. 입구에 들어가는데 이게 나무가 있잖아. 이게 되게 인상적이었어. 그래서 뭐 라노. 집결지이기는 한데. 되게 좀 이렇게 뭐라노 약간 좀 급이 있는 여기 이제 건물이 막 이렇게 하고 막 막 업주가 세고 아가씨가 많고. 이게 아니고 왠지 여기에 좀 이렇게 역사성이 그래서 이곳은 정말 달리 변할 것이다. 나무가 보고 있다. 그런거 같아요

내가 쓰던 방은 컸어. 조그만 방은 진짜 작아. 침대 하나 들여 놓으면 꽉 차. **장이 그렇잖아. 그때 가봤는데, 일회용 침대 하나 놔 놓고, 티비 하나 놔놓고. 갑갑해서. 이쪽 방에서 들어가면 저쪽 방에서 들어가서 씻게 만들어 놨더라고. @@장은 또 안그래. 방들이 네모고 크더라고. 방마다 화장실에서 씻게 되어 있더라고.

침대가 있긴 있었는데 방이라고 해봐야 뭐 여기서 한 이 정도 되나. 내가 알기로. 침대 하나 놓고 나면은 요 정도면 되나. 그거 하나 있었으니까. (…) 일단 내가 쉬고 잘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니까 그건 좋았죠. 처음에 딱 나왔을 때는 막막했는데 거기 가니까 내 공간이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좋았어. 처음에는 돈은 모르겠고 일단 내가 들어가서 쉬고 잘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좋았어. 진짜 그때는 그랬어.

업소가 아랫관인데 정말 복도가 요만한 거야. 정말 어떻게 여기를 지나가지 할 정도로 옆으로 해서 지나갈 정도로 복도가 너무 좁고, 계단도 막 이렇고 이런 거예요. 그 공간이 옛날에는 뭣도 모르고 방도 들어가고 막 그랬는데 이 공간이 너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러면서 공간 구조 자체가 너무 아, 이거는 너무 비인간적이다.  

샤워 시설도 없어. 그러면 그 수도꼭지가 있어. 그래갖고 행주 대야 들고 물떠가 들어가고 그랬다, 우리. 그 시설이 오래 됐어. 여름 돼봐라. 아이고 더워 가지고 막. 머리는 풀어야지 진짜 아유. 그래갖고 오늘 한 번 하고 나오면은 물을 끼얹어야지 이렇게 또 어서 땀 흘리거든. 에어컨은 있는 집은 있고, 큰 관에. 엄청 적은 관에는 없었어. 전기세 많이 나간다고 드라이도 못 쓰게 하더라고.

내가 이 동네 왔다 갔다 하고 살았는데. 한 번씩 보면은 공원이 공원이 아니라. 나무도 좀 있고, 가족센터도 생기고 하니까, 그래도 여기가 살 만한 동네는 동네인가 보다. 앞으로 이게 개발이 돼도 저런 공원은 살릴 것이다, 왜 그러냐면 이 아파트에 살다 보면 답답하잖아. 그래서 나는 문을 크게 하고, 앞에 꽃도 좀 내놓고, 그런 여유를 조금 가지는데 공원이 있다는 건 참 좋은 점이거든. 응. 공원이 살릴 것이다, 싶기도 하고.

저 동네가 참 크잖아요. 진짜 크잖아요. .. 입구에는 청소년 금지구역 돼 있는데, 업소 옆에 바로 사람이 사는 집이 있잖아요? 그럼 집에 가야 되는 애들은 청소년 금지구역인데 어쩌라고요? 태권도 차도 지나고 막 이러잖아요, 그렇죠? 그래서 저 공간이 참 아이러니한 공간이다, 이런 생각이 드는 공간이죠. 그리고 그런 거 있죠? 우리가 아웃리치 나가면 아이러니하다는 게. 저 공간 자체가 보면 업소가 있으면 여기 업소에 언니들도 있고, 나까이도 있고, 그다음에 삼촌들 막 이런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리고 현장 활동가들이 또 들어가잖아요.  경찰이 단속하러 나오잖아요.  성구매자들이 왔다 갔다 하잖아요. 그러니까 이 상황도 너무 아이러니한 거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 돼서 한 번씩 친한 친구들 따라서 왔을 때 여기를 처음 본 거죠. 거리에는 일단 언니들은 어디를 가신다든지, 삼삼오오 모여가지고 줄 서 있는 것도 본 것 같고. 아마 그때 당시에 제 생각에 보건소 검사 때문인지 그건 모르겠어요. 길에 사람들도 언니들도 많았고, 그때 친구들이 이모 안녕하세요, 그럼 옆에 있으면서 우리도 안녕하세요. 진짜 이모인 줄 아는 거죠. (...) 그렇게 돌아다니면서 그냥 인사하고 그렇게 하다가 친구 집에서 놀다가 조금 어두운 밤이 됐을 때 걸어 내려오면 그때는 이제 분홍색이든 빨간색이든 불이 켜지는 거죠. 영업이 시작이 될 무렵에 저희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느낌. (...) 초등학교 때 아무 생각 없이 같이 놀았던 친구들이 알고 보면은 그런 배경을 집안 배경을 갖고 있었던 거죠. 누구나 다 어린 시절 기억들은 다 아무것도 모를 때 충만하게 다 즐겁고 그런 거고.

그때만 해도  아랫관부터 중간관 윗관까지 전부 불이 다 켜져 있고.  언니들이 있는 미스방. 거기에도 언니들 한 열 몇 명씩 하얀 드레스를 입고 앉아 있었으니까. 그때 갔을 때 되게 놀랐죠. 하얀 드레스 입고 정말 바비 인형처럼 있잖아요. 막 화장하고 탁 앉아 있는데.. 내가 또 놀랐던 건 뭐냐면 표정이 하나도 없다는 게 더 놀랐죠. 딱 무표정한 그대로 앉아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충격이었지. 그리고 왜 그런 거 있잖아. 우리 그 식육점에 빨간 불빛이.. 분홍색 불빛이 쫙 비춰가지고 언니들의 몸을 더 극대화시키고, 더 상품화시키고 막 이런 것들 있잖아요? 그때 되게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같은 여자로서 약간 자괴감. 저게 뭘까 하는 그런..  하여튼 분노 막 이런 것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한 번씩 늦게 버스를 타고 가면 그 안쪽 골목으로 막 불빛 같은 게 보이잖아요. 아 저런 곳이 있네. 나는 항상 두 가지가 있었는데 하나는 거기에 학교가 있지 않나. 보면 초등학교. 학교하고 이 그 공간하고 너무 또 이게 매칭이 안 돼서, 그렇게 하면서 또 살아가고 있구나. 삶의 한 공간이구나. 이 생각은 얼핏얼핏 그냥 했던 것 같고. 

완월동은 다른 지역의 집결지에 비해서 도로가  컸고 뭔가  편리하게 잘 되었던 되게 깨끗한 동네 그니까 도로라든가 인도. 사람들이 다니고 차가 다니는 그런 거리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동네의 모습이 아니었고  정말 상업화된 그런 모습이 되게 인상깊었어요.